나의 경험에 가치를 매기는 사람
어느덧 입대한지도 19개월이 지났다. 전역을 딱 1달 남겨둔 오늘이 한 해를 돌아보기 가장 좋은 시기다.
돌이켜보면, 군대라는 환경은 사회에서 좋았던, 싫었던 모든 기억들을 그리워지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기억들을 회상하기 위해 2년째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
2024년의 군생활이 녹아든 일기를 보면 힘들고 아찔했던 순간들이 가득했다.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내일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슬럼프가 내게도 찾아왔다.
그러던 도중, 준식이라는 새로운 후임이 들어왔다. 그는 내 군생활 중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는 내가 탓하기만 했던 모든 환경들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밤하늘의 별을 보며 나와 철학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군생활이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실제로 군생활은 실제로도 단순 반복 노동에 불과한 일과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경험일지라도, 그 경험에서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원치 않는 경험에서도 배움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오랫동안 곱씹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몽구재단 연말 모임에서 만난 승준이형과 을지로3가 지하도로에서 걸어가며 나눈 대화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해외도 많이 가보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게 좋아. 근데 그 경험을 왜 하는 지를 항상 생각해.”
맞다. 아무리 각광받는 세계 1위 글로벌 기업에서 인턴십을 해도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경험이라고 볼 수 없다. 그냥 열심히 일한 것 뿐이다.
반면,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내가 그 경험에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배웠는지, 나만의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면, 설득력 있고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가치를 갖게 된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내가 쓸모 없다고 여길 뿐이다. 나의 경험에 가치를 매기는 사람은 친구도, 상사도, 면접관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