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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탐구하는 일

"사업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매일 정직하게 답을 해내가는 일이다." 라는 문장을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서 본 적이 있다. 좋은 문장이라고 느꼈지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어떤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가?, 내가 무엇을 잘하는가? 나의 어떤 강점을 레버리지할 것인가? 내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팀원은 어떤 사람인가? 직장인으로 살지 않고 사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하필 이 아이템인가? 돈에 대한 나의 관점은 어떠한가? 돈이 많으면 난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을 언제까지 하고 싶나? 등 수많은 질문에 먼저 잔인할정도로 솔직하게 답해야 한다.

물론 답이 처음부터 명확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고, 무엇에 재미를 느끼고, 어떤 사람하고 같이 일하고 싶은지는 내가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나와 맞지 않는 사업을 하는 것 만큼 불행한 게 없다는 것을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느꼈다. 돈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나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서 이어주는 소개팅같은? 것들을 주최하는 데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다. 그리 사교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숫자와 데이터를 보는 일을 더 좋아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하는 디원이 나랑 100% 핏이 맞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은 없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언가를 일을 벌리는 것도 맞지만,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게 만드는 것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옛날에 gpt를 통해 사업가 기질 테스트를 해봤는데 IT 프로덕트를 창업하라고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패션에 대해 관심도 있고 글로벌 브랜드 사업도 해보고 싶다. 물론 내가 아는 건 없지만, 그렇다고 개발을 특출나게 잘하거나 프로덕트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것도 아니다. 그냥 창업자가 잘하고, fit이 잘 맞고, 시장이 존재하는 아이템을 골라서 그리고 이 일을 잘하는 최고의 팀원들을 한 데로 모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큰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여정이다. 나를 믿어주고 함께한 사람들까지 모두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싶다.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관련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20살이 되고 나서 나이키, 자라, 데카트론 등 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리고 군대에 다녀올 쯤, 그 꿈을 몇 년간 접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우면서, 인공지능을 배우면서 개발자와 연구자의 꿈을 잠깐 꿨다. 그리고 다시 회귀했다. 컴퓨터공학부 수업과 함께 패션산업학과 수업을 들었다. 패션 마케팅 수업이었는데 특출나게 잘하는지는 잘모르겠지만 몇 몇 학생들은 재능이 있다고 느낀다. 근데 옷을 내가 과연 만들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다. 1년에 망하는 패션 브랜드는 수백개가 넘는다고 한다.모르는 사람한테 내 옷 1개 팔아서 마진을 남기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걸 안다. 모르면 쉽게 해볼텐데 알고 나니 더 도전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모르면 더 쉽게 질러보기라도 하는데, 너무 많은 걸 알고나면 시작하지 못할까 두렵다.

창업을 배워보기에 디원이 나에게 가장 좋은 연습 게임인 것 같다. 컨텐츠를 만들면서 다양한 창업가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 플레이북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디원을 그만두어야 할까 싶다. 몰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내가 연구와 창업을 왜 병행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멀티가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대신 하나에 몰입하면 learning parameter를 빠르게 최적화하면서 치고 나간다. 그래서 나의 이 강점을 레버리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한 번에 1개의 일만 해야 한다. 무언가를 새롭게 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반대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에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 나에게 디원은 그런 존재다.

과거에는 벤처캐피탈이나 엑셀러레이터에서 일하는 건 어떨까 싶었지만, 창업가들을 돕는 비슷한 일을 해봐서 그런지 이젠 별로 끌리지 않는다. 내가 도움을 주어야 하는 파운더들보다 더 밀도 높은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주는 도움의 가치는 0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그때 AC나 VC를 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내가 젊을 때 세상에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일을 위해 뛰어드는 게, 사회적 효용과 개인적 보상 모두 한 차원 높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