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컴플렉스
나는 어려서부터 모든게 평범했다. 나는 이걸 ‘평범 컴플렉스’라고 부른다. 키도, 학업 성적도, 외모도, 운동 신경도. 그냥 모든 게 평범했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평범한 게 지긋지긋해졌다. 반항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학창시절부터 똑똑하지만 어딘가 엉뚱하고, 바보같지만 어딘가 독특한 괴짜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행동 패턴은 대학교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내 주변에 있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유별났다. 일본 옷에 미쳐서 무신사에서 일하는 기계과 공대생, 리듬게임에 미쳐서 리듬게임 앱을 만들어버린 컴공과 너드, 밴드를 좋아해서 합주실 플랫폼을 만든 밴드부 회장 등.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던,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관심사에 열중한 채, 늘 비주류의 길을 걸은 사람들이다. 그 친구들의 재능과 창의력은 가히 놀라웠다.
각자의 개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모두가 눈치를 보고, 하나의 유행을 따라가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고유한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이들을 손가락질하는 것이 아니라, 멋있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회색 빛깔의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개성을 선물해주는 사람들은 패션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이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엄청난 박봉인데도 불구하고 있는 집안 자제들이 열정 페이로 하드워킹하기 때문에 이 거대한 패션 업계가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이 이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이 꽃피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경우를 많이 보았다. 1인 브랜드 런칭의 현실은 가혹하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재고 관리, 현금 유동성 관리, 공장과의 소통 문제, 품질 관리, 마케팅 등 수많은 사업에 관한 수십가지의 고민을 동시에 하며,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업무를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내가 해야 할 게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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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공장과 소통하는 데 들어가는 ‘소통 비용’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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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릴만한 상품을 낮은 비용으로 검증해서,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재고 관리 실패를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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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에 뛰어난 브랜드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키워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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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있는 공장들이 브랜드의 정확한 의도대로 옷을 생산할 수 있도록 좋은 도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다. 패션 업계 사람이 와서 ‘패션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공대생인 니가 이걸 할 수 있겠냐’고 반박을 하자면 이유는 끝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쉬운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것보다, 어려운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것이 100배 쯤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며 쌓은 기술과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compounding을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언제나 어려워보이고 흥미진진한 아이디어에 더 동참하고 응원하는 경향이 있다)